아침 일찍 일어나 노산공원을 찾았다. 삼천포아가씨상이 보인다. 겨울 바다에 아가씨가 오도카니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사천시에서 삼천포항을 전국에 알린 가수이자 작사가 반야월 선생의 가요 '삼천포아가씨'를 기념하려고 바닷가에 세운 것이다. 삼천포아가씨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물고기상이 있다. 사천의 대표 어종으로 꼽는 상괭이, 참돔, 볼락, 전어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노산공원엔 동백꽃이 활짝 폈다. 산책길에 빨갛고 탐스러운 동백꽃이 도열하듯 피어있어 화사하기 그지없다. 산책로를 조금 따라가면 박재삼문학관이 나온다. 박재삼은 사천 출신의 시인으로 ‘슬픔의 빛깔을 시로 빚어낸 시인’이다. 나는 그의 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청년 시절에 읽고 또 읽고 한 기억이 있다. 제삿날을 맞아 큰집을 찾아가다가 저녁노을에 젖은 가을강을 바라보며 인생에 대한 상념을 노래한 시이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 보담도 내 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90년대 초반이던가 기업에서 사보편집자로 일하며 박재삼 시인에게 원고청탁을 한 일이 있다. 그때는 원고지에 글을 쓰던 시절이니 주로 편집자가 작가를 만나 원고를 직접 건네받았다. 아마도 월간 <바둑> 사무실이었던 것 같다. 박 시인은 난로 옆에서 혼자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내게 손수 따뜻한 차를 내어주고 시집에 사인까지 해서 주셨다. 겨울이었는데 난로의 온기와 그의 순한 얼굴과 사인을 해주는 주름 잡힌 손이 기억에 남아있다. 사천으로 떠나기 전 책장에서 그때 시인께서 주신 누렇게 바랜 시집을 찾아 가져 왔다. 노산공원에 벤치에 앉아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문학관을 나오니 다시 동백꽃이 반겨준다. 동백나무 아래 햇빛 비추는 벤치에 앉아 시집을 꺼냈다. 겨울바람이 차가워도 동백꽃과 박재삼의 시로 마음을 녹이니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신 듯 마냥 훈훈하다
#경남관광재단 팸투어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사천 #노산공원 #박재삼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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