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55

몸과 마음을 덥히는 휴양촌, 속초 척산온천휴양촌

겨울철, 날씨도 춥고 몸도 마음도 추울 때 생각나는 여행지는 온천이다. 그럴 땐 주로 울진 쪽의 온천을 가곤 했는데, 요즘은 속초의 척산온천휴양촌부터 떠오른다. 설악산국립공원 설악동과 속초 시내를 연결하는 중간 지점에 있어 설악산을 오고 갈 때 자주 봐왔던 곳이지만, 늘 스쳐 지나가기만 했다. 척산온천휴양촌의 진가는 최근 직접 방문해 이용해 본 뒤에야 알았다. 국내에 온천이 무수히 많지만, 사실 온천수의 질은 차이가 크게 난다. 그런 면에서 척산온천의 수질은 손꼽을 만하다.   지금의 온천 자리는 날개 다친 학이 이곳에서 나오는 물에 몸을 적셔 상처를 치료했다는 전설이 있어 예전에는 이 지역을 ‘학사평’이라 불렀다.  1965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던 척산온천은 강원도 제1호 천연온천수이자, 하루 ..

여행 이야기 2024.12.14

장흥 천관산자연휴양림&천관산

천관산자연휴양림은 내가 장흥에 가면 자주 이용하는 숙소다. 천관산 오르기에 좋기 때문이다. 휴양림까지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입구에서 9km를 더 들어가야 하는데 나는 이 길이 좋다. 하지만 해가 지면 가로등도 없는 캄캄한 길이어서 가능하면 해지기 전에 들어가는 게 안전하다.  휴양림 들어가는 길에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동백숲 군락지가 있다. 3월이 되면 온통 붉은 동백꽃으로 덮인다. 정자에 올라가면 동백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잎이 반들반들한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큰 숲을 이루고 있다.   천관산자연휴양림에는 숲속의 집 9실, 연립동 2동이 있고 야영장(야영데크 13개)과 목공예체험관을 갖추고 있다. 예약은 ‘숲나들e(https://www.foresttrip.go...

여행 이야기 2024.12.10

문학의 도시, 장흥

한승원 작품의 산실, 해산토굴 작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장흥은 ‘문학의 고장’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강은 광주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인 작가 한승원이 장흥 출신이고 이청준, 송기숙, 이승우 등 빼어난 문인들을 많이 배출했기 때문이다.  한승원 작가의 집필실 해산토굴이 있는 안양면 율산마을에 들어서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해도 축하 현수막을 붙이는 작은 시골 마을에 장흥 출신 작가의 딸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해산토굴 마을 길목에서는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장흥군은 새로운 군정 비전을 ‘노벨 문학 도시 장흥’으로 정했다고 한다. 장흥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자원과 잠재력을 바..

여행 이야기 2024.12.10

장흥 굴구이

굴은 갖가지 영양소가 풍부해 유럽에서는 ‘바다의 우유’라고 부른다. 유럽에서는 굴이 상당히 비싼 음식에 속하지만, 겨울철 장흥에 가면 비교적 싼 값에 실컷 굴을 먹을 수 있다. 장흥 용산면 남포마을과 관산읍 죽청마을을 지나다 보면 굴구이 집이 많이 눈에 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채취한 득량만 자연산 굴은 향긋한 바다 내음과 함께 겨울철 별미로 손꼽힌다. 싱싱한 굴은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불에 구우면 풍미가 훨씬 깊어진다.   크고 둥그런 철판에 굴을 가득 올려 굽기도 하고, 장작불에 석쇠를 올려 굽기도 한다. 껍데기가 크고 두껍지만, 잘 익으면 굴이 머금은 수분이 지글지글 끓어오르며 굴의 입이 쩍 벌어진다. 면장갑을 끼고 즉석에서 구워 먹는 굴구이도 맛있지만 굴떡국이나 굴라면, 굴전도 별미다.  찬바..

여행 이야기 2024.12.08

장흥 매생이

장흥은 무산김 생산지로 유명하지만, 매생이 또한 장흥의 별미로 손꼽는다. 득량만의 청정바다에서 자라는 매생이는 철분과 칼슘, 요오드와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데다 저지방 저칼로리어서 골다공증이나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건강식품이다.  장흥에서 매생이 양식장으로 유명한 마을은 대덕읍 내저마을과 옹암마을이다, 두 마을을 찾았으나 아직 시기가 일러 바다에 대나무발만 설치해 놓은 상태였다.  처음엔 매생이는 김의 수확을 방해하고 품질을 떨어뜨리는 성가신 해조류에 불과했으나 지주식 김 양식을 하다가 우연히 매생이 양식법을 알게 되었다. 매생이 양식법을 터득한 주민들은 매생이를 양식해 내다 팔았고, 차츰 입소문이 나며 장흥이 내세우는 특산물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매생이는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해조류로 조류와..

여행 이야기 2024.12.06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제암산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제암산자연휴양림은 그동안 몇 번 가봤지만 밤늦게 휴얌림 숙소에 들어가 잠만 자고 주로 이른 아침에 나와 제대로 둘러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엔 일찌감치 오후 3시쯤 들어가 짐만 풀고 바로 ‘더늠길’로 향했다. 더늠길이란 판소리 명창의 으뜸 재주를 일컫는 말로 그만큼 우수한 산림자원를 갖춘 길이란 의미이다.  더늠길은 총거리 5.8km로 계단이 없고 경사가 급하지 않아 보행 약자가 걷기에도 어렵지 않다. 12월 초순인데 더늠길 들목엔 아직도 강렬한 빛깔을 잃지 않고 있는 단풍나무도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곧게 뻗은 편백숲도 기다리고 있다.   데크길로 되어 있어 걷기 편하고 군데군데 쉼터도 마련해 놨다. 더늠길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해피500’에 이르면 명상숲길, 산림욕대, ..

여행 이야기 2024.12.05

보성 율포해수욕장

푸른 차밭을 돌아보고 가까이 있는 회천면 율포해수욕장(율포솔밭해변)으로 간다. 폭 60m, 길이 1.2km에 이르는 고운 은빛 모래밭과 해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변이다. 수심이 깊지 않고 모래사장이 좋아 여름철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해변 뒤쪽으로는 100년이 넘은 해송이 숲을 이루고 있어 캠핑을 즐기기에도 좋다.  정비가 잘 되어 있고 주변에 상가, 주차장, 산책로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최근에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노지캠핑성지’라고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가까이에 해수찜질방, 해수녹차탕 등도 있어 한겨울에도 언몸을 녹이거나 피로를 풀기에도 좋다. 역시 인근에 있는 회천수산물위판장에 들르면 싱싱한 수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보성 #율포해수욕장 #율포솔밭해변 #노지캠..

여행 이야기 2024.12.05

겨울에도 푸르른 녹차의 바다, 보성 다원

보성은 겨울에도 푸르르다. 푸른 차밭이 너르게 펼쳐져 있으니 겨울임에도 겨울 같지 않다. 보성은 국내 최대의 녹차 생산지로 전국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지리적으로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해 바다와 가깝고, 기온이 온화하면서 습도와 온도가 차 재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산비탈마다 어김없이 조성된 녹차밭을 보면 마치 신화에나 나옴 직한 거인이 산꼭대기에 올라 커다란 녹색 융단을 주르륵 펼쳐 놓은 듯하다. 차 수확기가 되면 머리에 수건을 두른 아주머니들이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차밭에 빼곡히 들어가 분주하게 찻잎을 따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보성읍을 지나 율포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다 보면 보성읍 봉산리에 자리한 대한제1다원이 나온다. 1957년 설립된 차(茶) 관광농원으로 들머리의 아름다운 ..

여행 이야기 2024.12.05

보성 한국차박물관

한국차박물관은 국내 최대의 차밭인 봉산리에 자리 잡고 있는 차 전문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지하 1층 수장고, 1층 차문화실, 2층 차역사실, 3층 차생활실 5층 북라운지로 구성되어 있다.   차문화실에서는 드넓은 녹차밭의 사계를 다룬 ‘미디어아트’에서부터 시작해 차에 대한 이해와 문화, 한국차와 보성차의 역사, 차의 성분과 효능, 나만의 찻잔 만들기, 보성차를 스토리텔링 한 3D 미디어 영상을 볼 수 있다.   차역사실에서는 우리나라 차의 역사와 시대별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다인(茶人)들이 기증한 다양한 차 도구를 감상할 수 있다.     차 생활실에서는 차를 마시고 우려내는 다례교육과 보성 녹차와 홍차를 섞어 만드는 블랜딩 차 만들기 체험장인 ‘세계 차 교육실’, 보성차를 맛보고 느껴볼 수 있는 ‘한..

여행 이야기 2024.12.04

보성 중도방죽

벌교읍 중도방죽은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쌓은 방죽이다. 방죽 이름도 일본인 ‘중도’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중도는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에도 등장한다. 하대치의 아버지 하판석 영감이 등이 휘도록 돌덩이를 져 날라 쌓았다고 묘사되어 있다.   소설 속에는 “저 방죽에 쌓인 돌뎅이 하나하나, 흙 한삽 한삽 다 가난한 조선 사람덜 핏방울이고 한 덩어린디, 정작 배불린 것은 일본눔덜이었응께, 방죽 싼 사람들 속이 워쩌겠소”라고 묘사되어 있다.  장비도 변변치 않은 시절, 뻘을 뭍으로 만드는 노동이 얼마나 고되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죽지 못혀 사는 가난한 개, 돼지 겉은 목심덜이 목구녕에 풀칠허자고 뫼들어 개돼지 맹키로 천대받아 감서 헌 일”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아름다움의 이면..

여행 이야기 2024.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