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대부도에서 24km 떨어진 서해의 외딴섬 풍도는 3월이 되면 야생화 천국이 된다. 야생화가 필 때면 전국에서 많은 사진가가 몰려들어 그들의 입소문을 타고 섬 이름이 차츰 알려지기 시작했다.
풍도 하면 야생화부터 떠올리지만, 과거 풍도는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풍도(豊島)의 원래 이름은 풍도(楓島)였다. 청 단풍나무가 많은 섬이라 하여, 단풍 풍(楓)자를 썼는데 일제강점기 때 풍성할 풍(豊)으로 바꿔버렸다. 풍도는 예부터 중국과의 교역을 위한 해상 교통 중심지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다.
풍도는 청일전쟁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1894년, 일본이 조선으로 향하는 청나라 함대를 기습 공격한 사건(풍도해전)이 벌어졌다. 이를 신호탄으로 청일전쟁이 시작되었다. 풍도해전 당시, 청나라 군사들의 시신이 밀려왔던 바닷가인 ‘청옆골 해변’과 청군의 시신을 보고 불쌍히 여겨 풍도 주민들이 묻어 주었다는 ‘청나라 군사 잠든 곳’ 등이 남아 있다.
또한 한국전쟁 때는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인천상륙작전 직전 풍도에 잠시 머물면서 태극기를 직접 만들어 산 정상에 꽂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도는 맥아더가 경기만에서 가장 먼저 점거한 섬으로, 서해의 주요한 뱃길에 위치한 데다 조수와 상관없이 항상 수심이 깊어 큰 배들이 정박하기에 좋은 전략요충지였다.
야생화가 진 6월의 풍도는 어떤 모습일까? 배를 타고 한 시간쯤 걸려 풍도항에 내렸다. 선착장에 내려 곧바로 이어지는 큰여뿔해안산책로를 걸었다. 단조로울 수 있는 산책로 경계석마다 풍도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읽는 재미가 있고 정겹다.
풍도어촌체험마을을 지나다 보면 풍도등대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보인다. 1985년 서해안의 요충지인 평택 당진항을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것이다. 등대에서 바라보는 해변과 마을 전망이 좋다.
해안길에서 산속으로 향한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풍도둘레길이기도 하다. 이 길을 따라가면 북배와 야생화군락지를 볼 수 있다. 북배는 바위가 붉다 하여 지어진 이름인데 붉은 바위와 어우러지는 일몰이 아름답다.
북배바위에서 나와 야생화 탐방로로 접어들었다. 3월이 되면 이곳에는 풍도바람꽃, 복수초, 노루귀, 풍도대극, 꿩의바람꽃, 변산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등 보기 힘든 야생화가 가득 피어나 산상화원으로 탈바꿈한다. 지금 비록 야생화는 볼 수 없지만 짙은 녹음 속으로 난 숲길을 걷는 것도 아주 즐겁고 상쾌하다. 500년 된 은행나무를 지나면 다시 마을과 선착장으로 이어진다. 마을로 내려와 들른 식당을 겸한 민박집에서 차려준 매운탕과 반찬 또한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 짧은 풍도 여행의 끝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야생화 핀 풍도는 화려한 아름다움으로, 야생화 진 풍도는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섬의 모습을 보여주니 아름다움이 풍성한 섬, 풍도(豊島)라 할만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풍도 가는 배편이 자주 없으므로 당일 여행은 불가하고 최소 1박 2일 예정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여행정보>
*풍도 가는 배는 인천항 여객터미널이나 안산 방아머리항 여객터미널에서 탄다.
*풍도는 배편이 자주 없으므로 당일 여행은 불가하고 최소 1박 2일 예정으로 가야 한다.
*배 시간은 시기에 따라 평일, 주말 운항 시간이 다를 수 있으므로 대부해운 홈페이지(www.daebuhw.com) 또는 유선(032-887-0602)으로 확인하는 게 좋다.
* 숙박과 식사는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집을 이용한다. 풍도어촌체험마을(032-858-3317)로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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