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네습지가 있는 산북면에는 내가 예전부터 아주 좋아하던 술인 호산춘(湖山春)을 만드는 양조장이 있다. 호산춘은 장수황씨 종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가양주로, 조선 명재상 황희 정승도 즐겼다고 전하는 술이다.

원래는 호산춘(壺山春)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예부터 산색이 아름답고 물이 맑은 문경에서 풍류를 즐기던 선조들이 ‘물(湖)과 산(山)과 봄(春)’을 느끼고 연상하게 하는 술이라 하여 ‘호산춘(湖山春)’이라 불렀다. 이 술은 신선이 즐겨마신다고 해서 호선주(好仙酒), 술맛에 취해 자기 할 일도 잊고 돌아갔다 하여 망주(忘酒)라는 별명도 있다.



호산춘은 1990년 6월 12일 민속주로 면허를 취득했고 경상북도로부터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 받았다. 호산춘은 알콜도수 18%로 맵쌀과 찹쌀, 솔잎 등 문경에서 나는 농산물을 주원료로 저온에서 장기간 발효시켜 생산한다. 마셔보면 솔잎과 누룩이 어울리며 특유의 맛과 향을 내며 여운이 길고 그윽하다. 특이한 것은 술잔에 따라 맛이 달라져 사기잔에 따라 마시면 묵직한 맛이 나고, 유리잔에 따라 마시면 부드럽고 가벼운 맛이 난다고 한다. 예약하면 호산춘 빚기 체험도 할 수있다.
호산춘은 과연 술잔에 따라 맛이 다를까?
나는 꽤 오래전부터 이 술을 좋아해 마셨으나 술잔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하는 소릴 이번 여행에서 처음 들었다. 하여, 문경 여행를 다녀와 직접 임상실험을 해봤다. 코냑잔과 사기잔을 준비했다. 사기잔은 내가 지난해 문경 관음요에서 체험하며 직접 만든 잔이다.


코냑잔과 도자기잔에 각각 냉장고에서 꺼낸 술을 따라 몇 잔 마셔봤으나 술이 냉기가 가시지 않아서인지 잘 모르겠다. 찬기가 식길 조금 기다렸다. 하지만 여전히 알 듯 모를 듯, 잔이 주는 느낌 때문인가? 코냑잔은 가벼운 듯 경쾌하고, 사기잔은 묵직한 것 같다. 코냑잔에 따른 술이 조금 더 단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술은 못 마시지만 나보다 미각이 발달한 아내에게 마셔보라 했더니 아내도 구별 못 하겠다고 한다.


이번엔 호산춘과 어울리는 안주는 무엇일지 생각했다. 여운이 길고 그윽한 술이기에 자극성이 강한 안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모둠회와 문어숙회를 준비했다.


호산춘 안주는 맵고 짜지만 않다면 어떤 안주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슴슴한 감자전과도 잘 어울렸다. 이런저런 실험을 하다 보니 결국 한 병을 다 마셔버렸다. 두 병 사 올 걸.
임상실험 결과는 호산춘은 어떤 잔에 따라 마셔도 훌륭한 술이라는 것, 맛있다는 것, 품격 있는 술이라는 것, 명주(名酒)임에 분명하다는 것, 이것이 실험의 결론이다.
*경북 문경시 산북면 운달로 7
*054-552-7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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