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는다는 것

임인학 2025. 2. 13. 05:45

나라도 어수선한데 내 몸도 어수선하다. 비교적 건강했는데 작년 말부터 갑자기 몸 여기저기에서 경보가 울린다. 젊을 때 술 많이 먹으면 나이 들어 고생한다는 말이 남 얘기가 아니었다. 사람에겐 일생에 마실 술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는데 아마 총량이 거의 다 차가나 보다. 아껴가며 평생 마시고 싶었는데 젊을 때 너무 많이 마셨다.

 

작년 11월에 혼자 등산 갔다가 무릎 부상을 당했다. 급경사 내리막길에서 낙엽 더미에 미끄러지며 가랑이가 일자로 벌어졌는데 가랑이가 찢어지는 대신 무릎 인대가 늘어났다. 병원에서 치료 받고 좋아졌는데, 당분간 쉬라는 의사 말 안 듣고 돌아다니다 다시 무릎 연골에 염증이 생겼다.

 

두 달 넘게 집에서 은둔하고 있다. 사람도 안 만나고 무릎 때문에 여행이나 운동도 할 수 없다.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 먹고 자기만 하는데 체중이 3kg이나 줄었다. 술살이 빠지고 근육도 빠지는 모양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못 하게 되니 정신건강도 안 좋아진다.

 

내게 인생사락(人生四樂)은 친구, , , 여행이었다. 나이 들며 낙이 하나둘씩 떠나가 이제 여행만 남은 것 같다. 남은 1()이라도 누리려면 건강이라도 지켜야 할 텐데. 그동안 나이를 인식 못 하고 살았다. 사람들이 젊다 젊다 하니 내가 진짜 젊은 줄 알았고, 아픈 데 없이 건강하니 청춘인 줄 알았다. 어리석은 자. 속된 말로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었다는 말이 있는데 아무래도 내가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