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기도하는 마음으로 걷는 순례자의 섬, 기점·소악도

임인학 2020. 6. 18. 21:35

노두길로 이어진 섬들

 

요즘 신안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곳 중 하나는 12사도 순례길이다. 신안군 증도면에 속하는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을 잇는 12km에 이르는 걷기 길로, 줄여서 기점·소악도라고도 부른다.

 

 

이 섬들을 이어주는 것은 썰물과 노두길이다. 썰물 때면 노두길이 드러나며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린다. 밀물 때 물이 들면 섬과 섬을 잇는 노두길이 바다에 잠기며 다시 5개의 섬으로 변한다. 노두길은 과거처럼 큰 돌을 놓아서 만든 길이 아니라 시멘트로 포장한 길이어서 차도 다닐 수 있다.

 

썰물 때면 노두길이 드러나며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린다.

 

전기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섬을 일주할 수도 있다.

 

순례길에는 12개의 기도처이자 작은 건축 미술작품이 있다. 기도처는 1번 베드로의 집에서부터 시작해 12번 가롯 유다의 집까지 예수의 열두 제자 이름을 빌려왔다. 1km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 작고 아름다운 기도처에 들러 묵상, 기도, 명상,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정 종교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종교인, 비종교인 가릴 것 없이 누누가 편안하게 들렀다 가는 공공 건축 미술 작품이기도 하다.

 

한 명이나 두 명이 들어가 기도나 묵상, 명상을 할 수 있다.

 

12개 기도처이자 건축 작품엔 한국, 프랑스, 스페인 등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했다. 외국 작가들이 1년간 머물며 거주하던 숙소가 소기점도 순례길에 있는데 앞으로 전시관으로 꾸밀 예정이다.

 

외국 작가들이 작업하며 1년간 머물던 숙소

 

대기점도 선착장에는 1번 베드로의 집이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 풍의 둥글고 푸른 지붕에 벽채는 흰색으로 마감했다. 건물 옆에는 순례길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이 있는데, 마지막 지점인 12번 가롯 유다의 집에도 순례의 끝을 알리는 종이 있다.

 

1번 베드로의 집. 옆에 작은 종이 보인다.

 

2번 안드레아의 집 앞에는 고양이상이 세워져 있다. 대기점도에 고양이가 많아서인 듯하다.

 

2번 안드레아의 집. 대기점도에 고양이가 많아서인지 고양이상이 세워져 있다.

 

대기점도에서 만난 고양이

4번 요한의 집은 가슴 뭉클한 사연이 있다. 기도처 사이로 멀리 무덤 한 기가 보인다. 최근 돌아가신 동네 할머니의 무덤이다. 할머니 옆자리는 아내를 정성껏 돌보던 할아버지가 묻힐 자리다. 할아버지께서 기도처의 땅을 기증했다고 한다.

 

4번 요한의 집. 가슴 뭉클한 사연이 있다.

 

요한의 집 사이로 얼마 전 돌아가신 동네 할머니의 무덤이 보인다. 아내를 정성껏 돌보던 할아버지가 기증한 땅에 기도처를 지었다.

 

5번 필립의 집은 가장 인상적이었다. 대기점도에서 소기점도로 건너가는 노두길 들목에 서 있는데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건축 형태를 띠고 있다. 적별독과 갯돌, 적삼목, 동판을 덧댄 유려한 지붕 곡선과 십자가 대신 달린 물고기 모형이 독특하다. 프랑스에서 온 장 미셸 후비오의 작품이다.

 

노두길 길목에 서 있는 5번 필립의 집. 십자가 대신 달린 물고기가 특이하다.

 

노두길 건너 소기점도로 들어간다. 7번 토마스의 집을 거쳐 6번 바르톨 로메오의 집으로 향한다. 바르톨 로메오의 집은

특이하게도 호수 위에 연꽃처럼 떠 있다. 색유리와 스틸의 조화로 호수에 비치는 모습이 아름답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는 소기점도에 있다.

 

6번 바르톨 로메오의 집. 호수 위에 연꽃처럼 떠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소기점도에 있다.

 

소기점도에서 소악도로 넘어가는 노둣길에는 8번 마태오의 집이 있다.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황금빛 양파지붕이 이색적으로 김윤환 작가의 작품이다.

 

8번 마테오의 집. 러시아 정교회 건물과 비슷하다.

 

9번 작은 야고보의 집은 소악도 둑길 끝에 있다. 프로방스풍의 아름다운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고목재를 사용한 동양의 곡선과 서양의 스탠드 글라스가 조화를 이뤄 소박하면서도 고풍스럽다. 5번 필립의 집을 지은 프랑스의 장 미셸과 알룩의 공동 작품이다.

 

9번 작은 야고보의 집. 고목재를 사용한 동양의 곡선과 서양의 스탠드 글라스가 조화를 이뤄 소박하면서도 고풍스럽다.

 

진섬으로 넘어오면 10번 유다 타대오의 집, 11번 시몬의 집이 있다. 시몬의 집은 출입문이 없다. 자연을 안으로 받아들여 바다와 섬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온다. 조가비 모양의 부조도 눈길을 끈다.

 

11번 시몬의 집. 출입문 없이 자연을 다 받아들였다.

 

12번은 딴섬에 자리 잡고 있다. 가롯 유다의 집. 예수를 배신한 제자여서인가. 모래 해변을 건너야 하는 작은 섬에 뚝 떨어져 있다. 붉은 벽돌의 요철과 첨탑이 매력적이다. 건물 밖에 매달려 있는 종을 치면 12사도 순례길은 끝난다.

 

12번 마지막 가롯 유다의 집. 왼쪽 종을 치면 순례길이 끝난다.

 

3번 야고보의 집에 비친 내 모습. 이건 아닌 것 같다. 다음 순례길엔 카메라 내려놓고 명상만 하다 가리라.

*참고 : http://기점소악도.com/

 

 

요트 타고 바다로, 케이블카 타고 하늘로

 

요트 투어를 즐기기 위해 암태도 오도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오도선착장에서 출발해 암태도와 당사도, 천사대교를 둘러보는 코스다. 한 시간 정도 바다 위에서 천사대교와 섬 풍경을 가까이 볼 수 있다. 투어는 10명이 기본이며 성인 기준 125,000원이다(예약 문의 : 061-240-8683)

 

요트 투어는 한 시간 가량 암태도, 당사도, 천사대교를 둘러본다.

 

신안 여행을 마치고 목포로 향했다.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목포 시내 북항스테이션을 출발하여 유달산 정상부에서 자로 꺾여, 해상을 지나 반달섬 고하도에 이르는 국내 최장 케이블카다. 3.23km의 거리, 최고 155m 높이, 820m에 달하는 해상 구간을 왕복 40분 동안 케이블카 안에서 산과 도심,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3.23km에 달하는 국내 최장 거리인 목포해상케이블카
케이블카를 타면 바다 풍경은 물론 목포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항, 유달산, 고하도에 세 개 스테이션이 있다. 코스 중간 지점인 유달산 스테이션에서는 유달산과 연결되어 유달산 정상까지 등산이 가능하다. 고하도 스테이션에는 해안데크를 따라 산책할 수도 있다. 판옥선을 본떠 만든 고하도 전망대도 볼만하다.

 

판옥선을 겹쳐 쌓은 것 같은 모양의 고하도 전망대

 

*참고 : http://www.mmcablecar.com/main/main.html

 

 

<맛집>

 

사월포 횟집

 

신안군 자은면 사월포길 207

061-271-3233

 

직접 잡은 자연산 회만 식탁에 올린다.

 

대기점민박(식당)

신안군 증도면 기점길 8-7

010-9226-2093

 

아침 밥상. 이 집에서 민박하면 주인아주머니의 맛깔스러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신바다회타운

신안군 압해읍 압해로 1842

061-271-1270

 

낙지연포탕이 별미다.

순득이네

목포시 청호로 219번길 48-16

061-242-0919

 

커다란 상이 비좁을 만큼 각종 해산물이 가득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