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소나무와 함께하니 마냥 걸어도 좋았다
영덕·울진
쥐치가 풍년, 활기 넘치는 죽변항
덕구온천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죽변항으로 이동했다. 곰치국도 먹고 죽변항을 보기 위해서다. 식당 수족관에 커다란 곰치가 한가득이다. 눈으로 보기에도 흐물흐물한 몸으로 비좁은 수족관을 천천히 움직이는 곰치랑 눈이 마주치니 왠지 곰치국 먹는 게 켕겼다. 예전에는 잡으면 그냥 바다에 내버렸다는 곰치가 언제부턴가 동해의 인기 있는 먹거리가 됐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곰치국을 먹었다. 곰치국 한 그릇에 간밤에 마신 술이 시원하게 해장되는 느낌이다.
수족관에 있는 곰치. 전에는 잡으면 그냥 바다에 내버렸지만 지금은 동해의 인기 먹거리가 됐다.
죽변항의 아침. 쥐치가 풍년이다.
죽변항은 분주했다. 밤새 잡아 온 고기를 배에서 뭍으로 옮기느라 바빴다.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에 쥐치를 담아 무게를 잰 뒤 상자째 쌓아놓고 있었다.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이다. 그 비싼 쥐치가 풍년이다.
12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죽변항 일원에서 제1회 죽변항 수산물축제를 연다. 울진의 다양한 수산물 먹거리를 푸짐하게 맛볼 수 있도록 '먹거리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울진에서 열리고 있는 큰 축제로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 '울진 금강송 송이축제'가 있는데, 이번에 새로운 축제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소나무의 제왕을 만나러 가는 길, 금강소나무숲길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는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금강소나무숲이 있는 곳이다. 수령 200~300년의 금강소나무가 8만여 그루에 이른다. 차를 세워놓고 한참을 걸어 들어가자 국립 소광리 산림생태관리센터가 나오고, 조금 더 들어가 주차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이드를 만났다. 금강소나무숲길 탐방은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고 가이드와 함께해야 한다. 인원도 하루 80명 내외 한정이다. 금강소나무숲을 보호하고, 산양을 비롯한 멸종위기 동식물의 삶터를 보장하기 위함이며,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가이드는 개체 수가 많이 불어난 멧돼지를 만날 수도 있으니 가이드보다 앞서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예약제로 운영하고, 가이드와 함께해야 한다.
소나무의 생태에 대해 설명하는 가이드.
금강송군락지안내소부터 본격적으로 탐방이 시작된다. 가이드는 한 소나무 앞에서 소나무의 생태에 관해 설명을 해줬다. 소나무는 암수한그루, 자웅동주(雌雄同株)다. 근친을 피하고자 수꽃은 봄철이면 바람에 꽃가루를 최대한 멀리 퍼뜨려 암꽃을 만나려 한다. 이것이 노란색 송홧가루다. 암꽃을 만나 내려앉으면 솔방울을 만들어 낸다. 소나무는 일 년에 한 마디씩 자라므로 마디를 세어보면 나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금강소나무는 한국 토종 소나무로 일반 소나무와 달리 줄기가 곧게 자라고 나이테가 촘촘하며 결이 곱고 나무속은 붉은색이나 황색을 띤다. 껍질은 붉은색이고 거북이 등껍질 같다. 나뭇가지는 좁은 삼각형 형태다. 햇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옆 가지의 영양분을 한데 모아 키를 키웠기 때문이다.
일반 소나무와 금강소나무를 비교할 수 있게 전시한 금강소나무전시관.
소나무의 제왕격인 금강송은 살아 천 년, 죽어서도 천 년을 간다는 말이 있다. 자라는 속도가 느려 나이테가 조밀하고 송진 함유량이 많아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잘 썩지 않고 휘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소나무 특유의 향이 오래도록 남아 소나무로 지은 집은 솔향이 오래 간다.
나무가 하는 욕이라면 실컷 먹고 싶다
금강소나무는 황장목(黃腸木)으로도 불린다. 겨울철 박달대게 다리처럼 속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400여 년 전 조선시대 무덤에서 황장목관을 발견했는데 나이테가 그대로 보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봉산제도를 실시해 금강소나무를 특별관리했다. 금강소나무는 궁궐을 짓거나 왕실의 관을 짜는 데 쓰는 ‘왕의 소나무’였다. 일반인이 금강소나무를 베었다가는 관가에 끌려가 고초를 겪어야 했다. 대신 서민들은 솔잎, 송이버섯, 복령, 송담 같은 소나무 부산물을 채취했다.
일본 교토 고류지(廣隆寺)의 목조불상인 목조반가사유상도 금강소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금동반가사유상(국보 83호)에 영향을 받은 이 목불은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다.
분지목. 늘씬하게 뻗은 여인의 다리같다고 하여 여인소나무라고도 부른다.
오백년소나무. 530년 된 보호수다. 이 나무는 중간에 가지를 내고 약간 휘어져 목재로서 가치가 떨어져 그 덕에 생명을 건진
나무라고 한다.
못난이소나무라 불리지만 못나긴커녕 수려해 보인다.
공생목. 졸참나무와 금강송이 서로 몸을 합쳤다. 마을 사람들은 태백에 있는 참나무가 금강소나무에 반해 시집을 온 것이라고 한다.
미인송은 키가 높이 35m나 된다. 잘생겨서 보호받는 나무다.
미인송은 가슴 높이 지름이 82cm에 이른다.
금강소나무숲길에 소나무가 주연이라면 단풍은 빛나는 조연이다.
소나무숲을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금강소나무숲길은 모두 5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1구간 보부상길, 2구간 한나무재길, 3구간 오백년소나무길, 3-1구간 화전민옛길, 4구간 대왕소나무길, 5구간 보부천길로 각기 이름 지었다. 2구간이 편도 4시간, 4구간이 왕복 5시간 거리이고 나머지 구간은 모두 편도 7시간 거리로 짧지 않은 거리이므로 사전에 구간 거리를 잘 살펴보고 예약하는 게 좋다(예약 : 금강소나무숲길 http://www.uljintrail.or.kr/).
울진에 가면 세 가지 욕을 먹고 돌아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해수욕, 온천욕, 삼림욕이 그것인데, 그중 으뜸은 금강송 숲길의 삼림욕이 아닌가 생각한다.
탐방을 마칠 무렵 시비 한 기가 눈에 들어왔다. 삼림욕 실컷 먹고 울진 금강송 숲에서 크렁크렁 울어도 좋겠다.
울진 금강송을 노래함
안도현
소나무의 정부(政府)가 어디 있을까?
소나무의 궁궐이 어디 있을까?
묻지 말고,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로 가자
아침에 한 나무가 일어서서 하늘을 떠받치면
또 한 나무가 일어서고 그러면
또 한 나무가 따라 일어서서
하늘지붕의 기둥이 되는
금강송의 나라,
여기에서 누가 누구를 통치하는가?
여기에서 누가 누구에게 세금을 내는가?
묻지 말고, 서로가 서로를 다스리며 그윽하게 바라보자
지금은 햇빛의 아랫도리 짱짱해지고
백두대간의 능선이 꿈틀거리는 때,
보이지 않는 소나무 몸속의 무늬가
만백성의 삶의 향기가 되어 퍼지는 때,
우리 울진 금강송 숲에서
한 마리 짐승이 되어 크렁크렁 울자
<영덕의 먹을거리>
김가네식당
물가자미정식
영덕군 축산면 축산항길 36
054-733-8860
<울진의 먹을거리>
양평가든
버섯전골
울진군 북면 덕구온천로 262
054-782-5053
죽변우성식당
곰치국
울진군 죽변면 죽변항길 63
054-783-8849
왕비천 이게대게
누룽지밥 게짜박이
울진군 불영계곡로 3630
054-787-8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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