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암 덕진면 영보리라는 시골 마을 들목에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풍채 좋은 정자가 있다. 정자 앞에는 400년이 넘은 위풍당당한 느티나무 다섯 그루가 마치 호위무사처럼 정자를 지키고 있다. 조선시대 지은 보물 제2054호 영보정(永保亭)이다.
조선 초기 문신이었던 연촌 최덕지(1384∼1455) 선생이 남원부사를 사퇴한 뒤 사위 신후경과 함께 이곳에 내려와 정자를 지었다. 조정에서 그의 학식과 인품을 높이 평가해 높은 벼슬을 권했으나 마다하고 고향에 내려와 학문에 몰두했다. 72세로 생을 마감하자 영암 주민들이 사당을 세워 제사하고 존양사(存養祠)라 이름 지었다.
영보정은 민간이 운영한 누정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데 앞면 5칸·옆면 3칸 규모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이다. 정자의 건축구조와 양식이 우수하고 독특해 학술 가치가 높다. 현판은 한석봉이 쓴 것이라고 전한다. 동계(洞契)의 회합장소로 사용하며 향약 정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영보정은 일제강점기 때 청소년들에게 항일구국정신을 교육한 장소이기도 하다. 1921년 이 자리에 영보학원을 설립해 청소년들의 항일구국정신을 길렀다.
영보정 마을에는 전형적인 남도 부농 가옥인 삼성당 고택, 연촌의 강학터인 존양루, 연촌의 영정과 고문서, 목판을 보관하고 있는 합경당이 이웃해 있다. 해마다 음력 5월 5일 단옷날에는 마을축제인 풍향제(豊鄕祭)가 열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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