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누리길>
척산온천휴양촌에 짐을 풀고 설악누리길을 걷기로 했다. 척산족욕공원에서 출발해 설악산자생식물원까지 약 6km 거리의 걷기 길이다. 설악누리길에서 활짝 핀 봄꽃을 기대했건만 4월임에도 꽃샘추위 때문인지 꽃은 볼 수 없었고, 겨울산처럼 황량했다. 설악누리길은 거리도 길지 않고 특별히 힘든 구간도 없이 평탄해 어린이나 노약자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편한 길이다. 꽃이 필 때나 신록이 짙어질 때 걸으면 더없이 좋겠다.
설악누리길의 종점인 설악산자생식물원은 설악산에서만 볼 수 있는 수많은 식물을 한곳에서 관찰하고 둘러볼 수 있는 자연생태 학습장이다. 다양한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는 수생식물원과 희귀한 식물이 자라는 암석원, 가볍게 걷기 좋은 자연탐방로와 산책로 등이 마련되어 있다. 꽃필 때 다시 오리라는 기약만 남기고 식물원을 한 바퀴 둘러보는 산책에 만족해야 했다.
<등대해변과 영금정>
영랑동에 자리한 등대해변은 주변에 속초 등대전망대, 동명항, 속초항 등 관광명소가 많다. 등대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600m나 돼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인기가 높다. 등대전망대에 올라가면 360도 너른 바다를 배경으로 속초 시내는 물론 설악산, 동명항, 영금정, 아바이마을까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전망이 빼어나다. 등대 2층은 영상관, 3층은 홍보관으로 꾸몄다.
속초등대 밑의 바닷가에 흩어져 있는 암반지역을 ‘영금정’이라 부른다. 파도가 석벽에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가 거문고를 타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다를 마주하는 암반 위 구름다리 끝에 세워진 정자에 서서 해변 경관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일출과 일몰 감상 명소로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영랑호와 범바위>
속초에 와서 영랑호를 빼놓고 갈 수는 없다. 영랑호는 해안 사구가 발달해 형성된 자연 석호로 둘레 7.8km, 면적 약 1.2㎢에, 수심 8m를 넘길 만큼 넓고 깊다. 영랑호는 신라의 화랑인 ‘영랑’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금강산에서 수련을 마친 영랑이 무술대회장에 가던 중 이 호수를 지나게 되었는데 수려한 경관에 반해 무술대회 출전도 잊고 이곳에 오래 머물렀다고 한다.
속초의 명물인 아름다운 영랑호에는 ‘영랑호수윗길’이라는 부교가 놓여 있어 영랑호 위를 가로질러 걸어갈 수 있다. 다리 가운데서 바라보는 설악산의 웅장한 자태가 장관이다. 영랑호는 걸어서 한 바퀴 산책할 수도 있지만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자전거(영랑호 스토리자전거)를 타고 돌아볼 수도 있다. A, B두 개 코스로 나뉘는데 영랑호는 물론 영랑호수윗길, 범바위, 설악산, 보광사 등 볼거리가 많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영랑호 가까이 우뚝 솟은 속초 8경 중 하나인 범바위가 큰 인기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찍은 곳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면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범바위까지 오를 수 있도록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절벽에 영랑정이 세워져 있고, 조금 위에 범바위가 있다. 범바위는 몇 개의 거대한 바위로 형성되어 있는데 마치 근육질의 거인이 모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범바위에서 보는 전망도 훌륭하다. 영랑호, 습지생태공원, 설악산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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