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바다를 옆에 둔 해안도로는 많지만 장흥 정남진해안도로는 특히나 매력적이다. 교통량이 많지 않고 한적해 뒤차 의식해 빠르게 달릴 일도 없고 중간중간 볼거리도 많으며 마음 끌리는 곳에 차를 세우고 경치 감상하기도 좋다.
정남진해안도로는 안양면 수문해수욕장에서부터 회진까지 이어지는 약 10.7km 거리 해안도로를 말한다. 수문해수욕장은 여름철 인기 많은 해수욕장으로 모래해변이 부드럽고 걷기 좋다. 겨울인데도 맨발로 모래 위를 걷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모래사장을 조금 걷다 차를 몰아 일출 명소인 소등섬에 다다랐다. 소등섬은 남포마을 앞에 있는 작은 무인도다. 먼바다에 고기잡이 나간 남편의 안전을 위해 호롱불을 켜놓고 그 불빛을 보고 무사 귀환을 빌었다 하여 소등섬(小燈島)이라 부른다.
남포마을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배경 마을이기도 하다. 축제는 장흥 출신 소설가 이청준의 원작 소설로 동향(同鄕)인 임권택 감독이 영화화했다. 썰물 때가 되면 섬으로 이어진 길이 모습을 드러내 소등섬까지 건너갈 수 있다. 소등섬에는 소등할머니상과 소원을 담은 엽서를 넣을 수 있는 빨간 우체통이 서 있다. 남포마을은 굴 양식을 많이 해 요즘같은 겨울엔 주변 식당에서 즉석 석화구이를 즐길 수 있는데 맛이 일품이다.
남포마을에서 나와 관산읍 신동마을에 들어서니 바닷가에 빨간 사각형 조형물이 눈에 띈다. 벤치 겸 포토존이다. 건너편 금굴식당 사장님이 어제 일몰이 예뻐 사진을 찍었다고 내게 보여준다. 자주 보는 풍경일 텐데 그래도 아름답게 보이나 보다. 굴이 담긴 자루도 보여주며 사진 모델도 응해주었다. 신동마을은 소설가 이승우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사금마을을 지나 정남진전망대에 도착했다. 정남진 바닷가에 우뚝 솟은 정남진전망대는 탑의 높이가 45.9m로 상층은 떠오르는 태양을, 중층은 황포돛배를, 하층은 파도를 형상화했다. 일출,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전망대 앞에는 귀여운 12간지 조형물이 있고 전망대 계단을 오르면 한반도 모양의 바닥분수가 있다. 분수를 지나면 안중근 동상이 바다를 향해 있다. 전망대 옆의 ‘율려’라는 둥그런 조형물은 분지처럼 생긴 땅에 바닷물이 찼다는 뜻으로 정남진의 둥근 바다를 표현했다.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으로 보면 소록도, 거금대교, 완도, 금일도 등이 보인다. 지하 1층에서 지상 10층으로 꼭대기인 9, 10층에 전망대와 카페가 있고 각층별로 북카페(8층), 문학영화관(7층), 추억여행관(6층), 축제관(5층), 이야기관(4층), 푸드홍보관(3층), 트릭아트포토존(2층), 여행정보센터&기념품샵(1층)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가 지면 전망대와 광장 주변에 조명이 들어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해 다시 숙소가 있는 수문해수욕장으로 온 길을 되짚어가야 했다. 그새 정남진해안도로 곳곳에 있는 굴구이집이 문을 열고 연통에서 모락모락 김을 피웠다. 따뜻해 보인다. 어느 굴구이집에 들어가 난로를 쬐며 굴구이를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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