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겨울과 봄 사이

숲어진새 2018. 1. 24. 14:55

  

  

절 마당에 눈이 그림을 그렸

 

해인사를 가는 날 눈이 내렸다.

눈은 운전자에겐 재앙이나 여행자에겐 행운이다.

해인사 일주문에 다다르니 눈발이 현판을 가린다.

일주문과 봉황문, 해탈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니 온통 눈 천지다.

대적광전 앞마당에 서 있는 3층 석탑과 석등의 머리가 하얗다.

신라시대부터 저 자리에 있었으니 머리가 희게 셀 만도 하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장경각으로 올라가다 문득 돌아보니 해인사의 지붕 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절집은 무채색의 세계로 변했고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하나가 화룡정점(畫龍點睛)인 듯하다.

    



우리 인생도 유채꽃처럼 환할 수 있다면

 

이맘때 제주도엔 겨울과 봄이 공존한다.

산 아래엔 벌써 따뜻한 봄이 오기 시작해 서귀포에선 매화꽃과 동백꽃을 만나기도 했다.

산방산 근처를 지나다가 저 멀리 노란 물결이 바람에 일렁이는 걸 보고 차를 세웠다.

넓디넓은 유채꽃밭이었다. 이곳은 일찌감치 봄이 와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엔 폭설이 내려 눈이 쌓였는데 여기 산방산 아래엔 꽃이 쌓였다.

유채꽃밭 사잇길을 걷는데 바람이 너무 매서워서인지, 꽃이 너무 화사해서인지 눈물이 맺혔다.

우리 인생도 늘 유채꽃처럼 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