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흠뻑 젖어서 신나고 행복한 축제, 정남진장흥물축제

숲어진새 2024. 7. 30. 20:01

올해로 제17회를 맞이한 정남진장흥물축제에 3년 연속 참가했다. 올해 역시 개막 첫날 행사를 보기 위해 집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 지난해 길이 막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살수대첩 퍼레이드를 못 봤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장흥까지 가는 먼 길에 하늘은 요술을 부렸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장대비가 쏟아지는가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이 나타나기도 하고, 순식간에 파란 하늘이 다시 먹구름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축제 첫날 열리는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

 

행사장에 도착했지만 무시무시하게 내리는 비 때문에 한동안 차에서 내릴 수 없었다. 물축제가 아니라 비축제가 될 판이었다. 물축제에 젖으러 온 사람이 비를 두려워하다니. 어차피 젖을 몸 비 맞는 게 대수랴 싶어 차에서 내려 살수대첩 퍼레이드 시작점인 군민회관을 찾았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물총 싸움에 신이 난다.

 

누구에게 물벼락을 내릴까?
첨단 저격 물총도 등장
물통 배낭 등에 메고 완전무장

 

시작 전이지만 이미 물총, 물바가지로 무장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살수차에 올라앉은 물대포 스나이퍼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물벼락을 내리고 있었다. 물총과 물대포에 맞은 사람들은 행복한 비명을 마구 질러댔다. 카메라를 든 내게까지 인정사정없었다. 사람들은 마치 좀비처럼 사방에서 달려들어 내게 물바가지를 퍼붓고 물총을 쏘아대 온몸은 물론 카메라까지 흠뻑 젖어버렸다. 카메라가 좀 걱정되었으나 이미 버린 몸이니 그냥 망가지기로 했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댄스팀과 함께 즐기는 지상최대의 물싸움

 

흠뻑 젖을수록 더 흥겹고 신난다.

 

탐진강 주행사장으로 돌아오니 오후 2시부터 지상최대의 물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비와 먹구름이 물러나고 쨍쨍한 햇빛이 살갗을 따갑게 했다. 살수대첩에서 젖은 몸이 어느새 다 말라버렸다. 너무 뜨겁고 더워 다시 적셔야 한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댄스팀과 함께 즐기는 지상최대의 물싸움 현장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

 

‘대왕장어를 잡아라’
어른 팔뚝만한 장어를 잡았다.

 

장흥교 하류 쪽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대왕장어를 잡아라!’ 행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진행요원들이 물속에 대왕장어를 풀어놓고 있었다. 이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도 물속에 풀어놨다. 뜰채를 든 사람들이 대왕장어를 잡기 위해 강 속으로 저벅저벅 들어갔다. 하지만 힘세고 미끈미끈한 장어가 그리 쉽게 잡히랴. 그래도 어른 팔뚝만한 장어를 잡는 사람도 보였다. 잡은 장어는 오늘 아마도 최고의 자랑스러운 전리품이자 저녁거리가 될 것이다. 다리 위에 올라 내려다보니 어른, 아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왕장어를 잡기 혈안이 되었다. 숨겨져 있던 인간의 수렵본능이 되살아나는 체험, 내년에 오면 나도 해봐야겠다.

 

탐진강에 갖가지 수중 탈 거리가 마련돼 있다.

 

물축제는 즐길 거리가 너무나 많다. 장흥군 10개 읍면 대항 수중 줄다리기, 한국과 태국(송크란) 전통공연, 합수 퍼포먼스, 불꽃쇼, 올해 처음 선보이는 물과 불이 싸우는 권선징악 물싸움과 EDM 공연을 접목한 글로벌 워터월드등등.

 

 

탐진강에는 우든 보트, 바나나보트, 디스코 팡팡, 수상 자전거, 카누 등 갖가지 수중 탈 거리도 마련돼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상설 물놀이장도 마련되어 있다. 저녁이면 국카스텐, 내귀에도청장치, 로맨틱펀치, YB(윤도현밴드), 크라잉넛 등 국내 정상급 록밴드의 신나는 공연도 펼쳐진다.

 

 

여름철 인기 최고인 정남진 장흥물축제 현장. 폭염주의보가 무색할 만큼 전국, 아니 세계 곳곳에서 물벼락 맞으러 온 사람들로 넘쳐난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지역을 살리기도 하고 빛내기도 한다.

 

기간 : 2023727() ~ 84(), 9일간

장소 : 전남 장흥군 장흥읍 탐진강 및 편백숲 우드랜드 일원

문의 : 정남진장흥물축제추진위원회 061-863-7071

홈페이지 : https://www.jangheung.go.kr/festiv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