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비밀의 푸른 섬, 어청도 -1

숲어진새 2024. 8. 28. 21:33

한반도 지도를 바꾼 새만금방조제

새만금 팸투어는 부안 변산면에 위치한 새만금홍보관에서부터 시작했다. 홍보관을 지나가는 길에 많이 보긴 했지만 직접 가본 것은 처음. 새만금의 과거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몄는데, 전시실에는 한국 간척기술의 발전사, 간척사업 추진 현황, 수질개선 대책, 새만금 토지이용계획 모형, 배수갑문 모형 등을 볼 수 있어 새만금 사업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새만금 방조제는 길이  33.9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

 

새만금 방조제는 전라북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을 가로지르는 방조제다. 1991년 착공해 20064월 방조제 최종 연결 공사를 거쳐 19년 만인 2010427일 역사적인 방조제 준공식을 거행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이 거대한 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길이가 33.9km로 네덜란드 자위더르 방조제보다 1km가 더 길어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새만금홍보관에 가면 새만금방조제에 대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방조제는 최대 높이 54m, 최대 저폭(수로 밑바닥의 폭) 464m로 건설에 투입된 토석량만 123로 경부고속도로(418km)13m 높이로 쌓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한반도 지도를 바꾼 역사적인 대공사라 할 만하다.

 

신시배수갑문

 

새집으로 이사 온 흰발농게

새만금홍보관에서 나와 긴 방조제 도로를 차로 지나다 신시도에 잠시 들러 새만금 방조제 준공 기념탑과 신시배수갑문을 살펴본 뒤, 선유도해수욕장 부근의 흰발농게 서식지를 찾았다.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는 원래 지금 자리에서 200~300m 떨어진 곳에 63만여 마리가 살았는데 도로 확보에 필요한 구간에 사는 약 3만 마리를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군산시는 당시 갯벌 곳곳에 돼지비계와 바지락 속살을 넣은 '포획 틀을 파묻어 흰발농게를 유인한 뒤 플라스틱 컵에 한 마리씩 담아 대체 서식지로 옮겼다고 한다.

 

선유도해수욕장 부근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

 

이때 이주한 3만 마리 흰발농게는 서식지에 잘 적응해 현재 개체수가 급증해 선유도해수욕장에 서식하는 흰발농게 개체 수는 177만 마리로 2019(63만 마리)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흰발농게의 흰발은 수컷만 가지고 있는데 짝짓기 시기가 오면 수컷들이 일제히 흰발 집게를 들어 올려 암컷을 부르는 손짓을 한다고 하니 볼만 할 것 같다.

*(중앙일보 2024.7.6. 기사. 노른자땅 점령한 맹꽁이"1마리 이주에 1000만원꼴, 말 되나" 참조)

 

어청도 등대에서 바라본 해넘이 

어청도는 군산에서 북서쪽으로 72km나 떨어져 있는 외딴섬이다. 군산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2시간가량 가면 어청도항에 닿는다. 동서 3km, 남북 5km의 작은 섬이지만 풍랑이 심하면 선박들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피항섬이자 서해를 지키는 군사적 요충지로 해경과 해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중국 산둥반도와 가까워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마찰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여객선에서 바라본 어청도 마을과 항구

 

어청도는 철새 탐조 명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해송과 동백이 밀림을 이루고 있어 남북으로 오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데, 검은지빠귀, 칼새, 비단찌르레미 등 희귀한 철새들이 날아와 세계 여러 나라의 조류학자들이 찾아올 정도다.

 

조선시대에는 귀양지였고 19세기 말부터 일본인이 살기 시작해 국권을 빼앗기자 어청도는 본격적으로 제국주의자들의 수탈기지가 되어 버렸다. 200여 명의 일본인이 어청도에 이주했는데 이들이 방파제를 쌓고 일본과 중국을 오가는 선박의 안전을 위해 등대를 세웠다.

 

어청도를 제대로 볼 수 있는  4 개 코스의 길이 있다 .

 

어청도를 제대로 볼 수 있는 4개 코스의 길이 있다. 1코스는 등대길, 2코스는 해안산책길, 3코스는 안산넘길, 4코스는 전횡장군길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탐방길에 나섰다. 어청도선착장에서 시작해 등대까지 갔다가 어청도초등학교를 지나 선착장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1코스와 3코스가 포함돼 있다.

 

어청도항에서 가파른 나무계단으로 이어지는 길

 

울창한 숲을 지난다.

 

선착장 앞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자 바로 울창한 숲이 펼쳐졌다. 조릿대숲과 헬기장을 지나자 봉수대가 나왔다. 봉수대는 고려시대 의종 3(1148)에 설치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왜구를 비롯해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봉수대에서 당산쉼터를 지나자 바다와 어청도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팔각정쉼터가 나왔다. 팔각정 옆에는 초기 기독교 선교 역사의 중요 인물인 아펜젤러 선교사의 순직 120주년을 기념한 아펜젤러 순직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1902611일 목포에서 열리는 성서번역자 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중 이곳 어청도 바다에서 그가 탄 배와 일본 상선이 충돌하여 사망했다.

 

고려시대 왜적의 침입에 대비해 세운 봉수대.

 

당산쉼터

 

 

팔각정 옆에 아펜젤러 선교사의 순직을 기린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팔각정쉼터 앞에 서면 어청도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팔각정에서 땀을 식힌 뒤 다시 어청도 등대로 향했다. 어청도 등대는 일제강점기인 1912 3월에 일본이 대륙진출을 위해 건설한 것으로 군산항과 우리나라 서해안의 남북항로를 오가는 선박들이 이용하는 중요한 등대다. 등탑 상부는 한옥의 서까래 형상을 하고 있고, 둥그런 꽃봉오리같은 빨간색 지붕, 등대를 둘러싼 나지막한 돌담 등 주변 바다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특히 저녁 무렵 흰 등대 넘어 바다로 떨어지는 해넘이가 아름답다. 어청도 등대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문화재 제 378호로 지정되어 있다.

 

어청도 등대를 보러 가고 있다.
어청도 등대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문화재 제 378호로 지정되어 있다.
저녁 무렵 흰 등대 넘어 바다로 떨어지는 해넘이가 아름답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