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전라북도 생태관광, 자연과 사람이 더 아름답게 만나다

숲어진새 2024. 9. 29. 14:54

<남원>

 

전북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초대로 12일 동안 남원과 임실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생태관광. 환경부에서 국가생태관광지로 선정한 35개 지역 중 전북특별자치도에는 현재 3개 지역이 지정되어 있다. 고창 고인돌·운곡습지, 정읍 월영습지와 솔티숲, 남원 지리산정령치습지와 운봉 백두대간. 전라북도특별자치도에서는 생태관광과 함께 도내 14개 시군 44개 노선(405km)을 지정해 산들길, 강변길, 호수길 등 4가지 테마로 전북천리길도 운영하고 있다.

 

감탄할 만큼 맛있고 푸짐한 하나가든에서 산나물비빔밥을 먹은 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안에 있는 생태교육전시관으로 이동했다. 한반도 지도 형상을 본떠 만든 전시관은 지리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역사, 생태,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다. 전시실, 서클영상관 등이 있으며 부대시설로는 야외공연장, 곤충온실, 물놀이장, 체육시설 등이 있다. 별도의 건물인 에코큐브에는 올빼미실과 곤충실, 특수 동물실, 어류실 등을 갖추고 있어, 특히 어린이들에게 흥미 유발과 학습 효과가 크다. 생태교육장 안에 숙박시설과 캠핑장까지 갖추고 있다.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전시관

 

서클영상관
1대간 1정간 13정맥. 130개 진공관은 백두대간 130여 개의 주요 봉우리를 의미한다. 진공관에 담긴 흙은 모두 백두대간 주요 산봉우리에서 퍼왔다.

 

전시실
에코큐브
MBU민물복어. 아프리카 강과 호수에 서식하는 민물 복어
원숭이를 닮은 모홀갈라고. 남방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영장류다.
미국 수리부엉이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하나가든의 산나물비빔밥
내가 먹어본 산나물비빔밥 중 최고

 

정령치로 향했다. 지리산 정령치는 정선 만항재(1,330m)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두 번째 높은 고개(1,172m). 정령치는 서산대사 황령암기(黃嶺庵記)에 의하면 기원전 84년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씨 성을 가진 장군에게 성을 쌓고 지키게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으며, 신라시대에는 화랑이 무술을 연마한 곳이라고 한다. 정령치는 워낙 높은 고개라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지리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잘 보인다.

 

정령치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두 번째 높은 고개(1,172m)

 

정령치에서 고리봉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정령치습지와 개령암지마애불상군을 만날 수 있다. 잣나무숲을 지나면 습지 관찰과 보호를 위한 나무데크와 정령치습지가 보인다. 이 습지는 BC 1690년경에 생성된 것으로 보는데 정령계곡과 달궁계곡에서 유출된 하천이 땅으로 스며들어 형성된 자연습지다. 희귀식물인 꽃창포와 동자꽃, 동의나물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종인 삵이 살고 있다.

 

정령치습지. BC 1690년경에 생성된 것으로 정령계곡과 달궁계곡에서 유출된 하천이 땅으로 스며들어 형성된 자연습지다.

 

습지 가까이 있는 개령암지마애불상군(보물 제1123호)은 고려시대에 만든 불상으로 절벽을 이룬 바위에 12개 부처의 모습을 돋을새김한 것인데 조각솜씨가 뛰어나다. 얼핏 봐서는 3개의 불상만 확연하게 보이고 나머지는 마모가 심해 자세히 봐야 보이거나 찾기가 어렵다.

 

개령암지마애불상군(보물 제1123호)은 고려시대에 만든 불상으로 절벽을 이룬 바위에 12개 부처의 모습을 돋을새김한 것인데 조각솜씨가 뛰어나다.
얼핏 봐서는 3개의 불상만 확연하게 보이고 나머지는 자세히 봐야 보이거나 찾기가 어렵다.

 

정령치에서 약 2km 정도 거리에 만복대가 있다. 풍수지리상 복이 많은 곳이라 하여 만복대(萬福臺)라 이름 지었다. 만복대에서 바라보는 일출이나 운해, 지리산 능선도 좋고 특히 10월엔 억새밭이 일품이다.

 

풍수지리상 복이 많은 곳이라 하여 만복대(萬福臺)라 이름 지었다 .

 

만복대에서 바라보는 일출이나 운해, 지리산 능선도 좋고 특히 10월엔 억새밭이 일품이다 .

 

삼산마을에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11호 박수태 목기장이 운영하는 운봉목기공방이 있다. 박수태 목기장은 16세에 부모에게 목공예 기술을 전수받아 60년 넘게 전통적인 족답기를 사용해 전통 목기를 제작하고 있다. 박 목기장은 과거 제기 위주의 목공예를 생활용품으로까지 범위를 넓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목기공방에서는 전등, 도마, 안마봉 등 생활용품 제작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공방에선 민박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집에서 차려준 저녁 밥상은 맛이나 정성에서 여느 유명 식당도 따라오기 힘들 만큼 훌륭했다.

박수태 목기장의 장남 박수태 전수자가 전통적인 족답기를 사용해 전통 목기 제작을 시연하고 있다
나무를 깎는 각종 모양의 칼대
나무재료나 초벌, 재벌 깎은 목기를 보관하는 창고.
호박잎에 싸먹는 남원 돼지고기와 막걸리 맛이 일품이었다.

 

주천면 삼산마을은 노송(老松)숲으로 유명하다. 수백년 수령의 소나무 130여 그루가 마을숲을 형성하고 있다. 곧게 뻗은 소나무가 아닌 마치 용트림하듯 휘어지거나 옆으로 눕고 구불구불 가지를 뻗은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나무들은 예부터 마을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해왔다.

삼산마을 소나무숲
용트림 하는 듯한 모습의 소나무 130여 그루가 마을숲을 형성하고 있다.

 

삼산마을 도로 건너편 행정마을에는 서어나무숲이 있다. 200여 년 전, 행정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허한 기운을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숲이다. 마을의 안녕을 위한 제사와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해왔다. 자작나뭇과에 속한 서어나무는 나무껍질이 붉은빛이 도는 회색으로 수령이 오래될수록 회색이 짙어져 신비롭다. 2000년 제1회 아름다운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서어나무숲 사이 데크길을 한 바퀴만 돌아도 숲의 기운에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행정마을 서어나무숲 . 200여 년 전,  행정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허한 기운을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숲이다 .

 

서어나무숲 사이 데크길을 한 바퀴만 돌아도 숲의 기운에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

 

<임실>

 

남원에서 임실로 넘어갔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임실군 운암면에 있는 국사봉 전망대. 옥정호와 붕어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국사봉은 해발 475m의 작은 산이지만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조금만 올라도 시야가 확 트인다. 일교차가 큰 날 새벽에 산에 오르면 옥정호를 감싸고 있는 운해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모습이 장관이어서 특히나 9, 10월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국사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옥정호와 붕어섬. 왼쪽에 출렁다리도 보인다.
국사봉 전망대

 

옥정호는 1928년 섬진강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거대한 인공호수인데, 1965년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완공되면서 그 구역이 더 넓어졌다. 댐 건설로 수위가 높아지면서 가옥과 경지가 수몰되고 옥정호 안에 붕어를 닮은 육지섬이 만들어졌다. 주민들은 산 바깥 능선의 날등이란 뜻의 외앗날로 불렀다.

 

출렁다리는 420m 길이에 붕어를 형상화한 높이 80m의 주탑으로 설계해 옥정호를 건너갈 수 있다

 

붕어섬 생태공원

 

요즘 임실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출렁다리다. 이 다리는 요산공원에서 붕어섬까지 이어주는 총길이 420m에 붕어를 형상화한 높이 80m의 주탑으로 설계해 옥정호를 건너갈 수 있다. 다리를 건너가면 붕어섬 생태공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 정원, 산책길, 각종 수목을 주제로 한 길, 임실엔치즈하우스, 쉼터, 놀이터 등이 나온다. 짧게는 40, 길게는 1시간 30분이면 둘러볼 수 있다. 봄에는 튤립, 작약, 철쭉,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국화와 구절초가 만개한다.

 

옥정호 근처엔 민물매운탕이 별미다. 사진은 구암산장 민물새우탕.

 

 

103일부터 6일까지 임실치즈테마파크, 임실치즈마을, 임실읍 일원에서 임실N치즈축제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