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은 절 한 채’. 화암사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안도현 시인의 시 ‘화암사, 내 사랑’ 중 한 구절이다. 불명산 자락 깊숙이 숨어있는 화암사는 조선시대 지은 절로 단청도 하지 않은 채 긴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있다. 절을 마주하는 순간, 휜 수염과 흰 눈썹이 성성한 고승이 연상됐다. 보물로 지정된 화암사 극락전은 맞배집으로 처마를 지탱하기 위해 하앙이라는 부재를 받쳐 놓은 독특한 건축양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하앙 구조 건물이다. 극락전과 마주 보고 있는 우화루도 보물로 지정돼 있는데, 앞면의 기둥만 2층으로 하고 뒷면은 축대를 쌓아 세운 공중누각형 건물이다. 그래서 앞에서 보면 2층이고 뒤에서 보면 1층이다. 우화루에 걸려있는 목어 또한 절과 함께 재처럼 허옇게 늙었다.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