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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보다 사람이 더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동해 여행 / 셋째 날 천곡동 숙소에서 새벽 일찍 일어났다. 추암 해돋이를 보러 가기 위해서다. 숙소 밖을 나서니 어둡고 바람 불고 춥다. 그동안 추암 해돋이를 보러 간 게 열 번도 넘은 것 같은데, 정작 ‘예쁜 해돋이’를 본 적은 없다. 예쁜 해돋이란 사진 찍는 사람들에겐 수평선에서부터 빨갛게 솟아올라오는 듯한 일명 ‘오메가’ 모양의 해돋이를 말한다. 한때 나도 오메가 해돋이를 찍으러 동해안을 따라가며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수도 없이 시도해 봤지만 딱 한 번, 양양 낙산사 앞에서 찍고는 그 뒤로 찍은 적이 없다. 굳이 찍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대체 눈으로, 가슴으로 감상하면 됐지, 왜 그리 사진에 집착하는지 나 자신이 좀 모자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캄캄한 밤에..

여행 이야기 2020.12.19

무릉계곡이 숨겨놓은 보물, 베틀바위산성길

동해 여행 / 둘째 날 이번 동해 여행의 가장 큰 소득은 베틀바위산성길이다. 처음 가보는 곳이지만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갔다가 베틀바위를 마주하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언제부턴가 웬만한 풍경에는 감동하질 않는 나를 발견하고 직업병인가 했는데 베틀바위는 달랐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베틀바위의 모습이 눈앞에 삼삼하게 떠오른다. 무릉계곡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기온을 보니 영하 7도에 강풍까지 불어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였다. 너무 추운 거 아닌가, 이 무서운 코로나 시국에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인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럴 땐 늘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는 게 낫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망설임을 접는다. 베틀바위산성길은 무릉계곡 매표소를 지나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 바로 시작한다. ..

여행 이야기 2020.12.18

바다, 등대, 벽화 ... 그리고 ‘봉변’

동해 여행 / 첫째 날 망상해변에서 겨울 바다와 대면하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망상해수욕장이다.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감옥살이하며 탁 트인 바다가 몹시 그리웠다. 해수욕장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하고 연락처를 적었다. 사방이 탁 트인 허허벌판에서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모래밭에 세운 강렬한 빨간색 시계탑과 조형물에 날아가 버렸다. 조형물엔 ‘2020 망상’이란 영문 글자와 함께 ‘마음이 동해’라고 쓰여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이 유명한 해수욕장에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해변을 따라 걷고 있는데 드디어 저 멀리 젊은 연인 한 쌍이 나타났다. 평소 사람 북적이는 걸 질색해 피해 다니던 내가 사람을 반가워하다니 이 무슨 조..

여행 이야기 202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