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읍 중도방죽은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쌓은 방죽이다. 방죽 이름도 일본인 ‘중도’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중도는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에도 등장한다. 하대치의 아버지 하판석 영감이 등이 휘도록 돌덩이를 져 날라 쌓았다고 묘사되어 있다.
소설 속에는 “저 방죽에 쌓인 돌뎅이 하나하나, 흙 한삽 한삽 다 가난한 조선 사람덜 핏방울이고 한 덩어린디, 정작 배불린 것은 일본눔덜이었응께, 방죽 싼 사람들 속이 워쩌겠소”라고 묘사되어 있다. 장비도 변변치 않은 시절, 뻘을 뭍으로 만드는 노동이 얼마나 고되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죽지 못혀 사는 가난한 개, 돼지 겉은 목심덜이 목구녕에 풀칠허자고 뫼들어 개돼지 맹키로 천대받아 감서 헌 일”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식민지 시대를 힘겹게 견뎌야 했던 우리 민족의 애환이 담겨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갈대가 사람 키 높이 만큼 자란 벌교읍 중도방죽은 산책하기 좋다. 튼실하게 만들어 놓은 생태탐방로를 걸으며 갯벌 생태도 관찰할 수 있다. 갯벌에는 짱뚱어와 칠게, 염생식물 등 다양한 갯벌 생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먹잇감이 풍부해 수달도 살고 있다. 벌교갯벌은 모래나 황토가 섞이지 않은 차진 진흙 펄로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중도방죽은 소설 <태백산맥> 문학기행의 현장이자, 갯벌생태 관찰로이자, 일제강점기 민족 수탈의 역사현장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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