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에서 하루 일정을 보내고 배로 30분 거리인 흑산도 예리항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자 흑산도 표지석이 눈에 띈다. 홍어의 고장답게 표지석도 홍어 모양이다. 흑산도는 면적 21.7㎢로 서울 여의도의 7배 정도로 큰 섬이다. 11개 유인도(흑산도, 장도, 영산도, 대둔도, 다물도, 홍도, 상태도, 하태도, 중태도, 가거도, 만재도)와 89개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섬 전역에 산림이 우거져 멀리서 보면 섬 전체가 검게 보인다 하여 흑산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흑산문화관광호텔에 짐을 풀고 곧바로 상라산으로 향했다. 상라산 전망대 앞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노래비인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서 있다. 1966년 발표한 이미자의 노래 ‘흑산도 아가씨’가 큰 인기를 끌었고, 1969년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1997년 흑산도에서 노래비 제막식 축하 행사를 하고자 이미자를 초청했으나 오지 않았다. 가수로서 영광스럽고 의미 있는 자리였을 텐데 왜 오지 않았을까? 20여 년 전 흑산도에서 택시를 빌려 일주하다 기사에게 물어봤다. 기사의 말에 의하면 “돈을 너무 적게 준다고 해서 안 왔고, 기대했던 주민들은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2012년, 노래비를 세운 지 45년 만에 이미자가 흑산도에 와서 ‘흑산도 콘서트’를 했다. 그러고는 노래비 앞에 핸드 프린팅을 남기고 갔다. 흑산도 주민들의 서운한 마음이 풀렸을지 모르겠다. 노래비는 상라산 높은 곳에 있지만, 흑산도 아가씨 동상은 흑산항 가까이 예리마을 바닷가 방파제 근처에 세웠다.
상라산 전망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10여 분 올라가면 상라봉 정상이다. 반달 모양의 상라산성이 남아 있는데, 고대(古代) 산정(山頂)에서 제사를 지내던 제사터이기도 하다. 흑산도 주변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훌륭한 조망터로 여기서 바라보는 ‘흑산도 12 굽잇길’이라 불리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의 모습이 장관이다.
정상에서 내려와 상라산 전망대에서 해넘이를 기다렸다.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수평선 끝에 해가 살짝 걸렸다가 곧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긴 시간 꼼짝하지 않고 해넘이를 맞이하다 함께 붉어진 젊은 남녀의 뒷모습이 예뻤다. 흑산도 아가씨는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렸다’지만, 저들은 아득한 저 바다 바라보다 붉게 타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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