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월출산 자락 아래 도갑사에 도착했다. 도갑사는 신라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도갑사에 여러 번 왔지만 도갑사 하면 떠오르는 건 ‘기진맥진’이다. 월출산 산행을 하면 늘 천황사에서 시작해 도갑사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거의 10km에 이르는 긴 산행 끝에 지쳐 도갑사에 이르면 택시 부르기에 바빴지 절을 찬찬히 살펴볼 여력이 없었다. 도갑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해탈문(解脫門)을 통과한다.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 근심없는 부처님의 품 안에 들어선다는 의미이다. 문득 해장문(解腸門)도 있어 문을 통과하면 간밤의 숙취에서 벗어나 맑은 심신을 되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 마당에는 스님도 여행객도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적막했다. 대웅전과 그 앞에 고려시대 쌓은 아담한 오층석탑이 나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