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55

서천, 볼거리 먹거리 넉넉한 산·들·바다

홍성을 둘러보고 이웃한 서천의 ‘서천 치유의 숲’으로 향했다. 올해 3월에 개관한 서천 치유의 숲은 말 그대로 치유를 위한 숲과 각종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곰솔, 소나무, 참나무 등의 숲길을 활용한 산림치유를 비롯해 싱잉볼, 아로마테라피, 통나무명상해독체조, 족욕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내에서 명상과 아로마테라피 체험을 한 뒤 호수를 가운데 두고 데크로드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이 길은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될 만큼 아름다운 길이다. 치유의 숲은 등산코스 2개, 치유코스 2개로 구성돼 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전화예약이 필수다. 오전 10시~12시, 오후 2시~4시 두 차례 운영한다. *서천 치유의 숲 : 종천면 충서로 302번길 88..

여행 이야기 2021.09.28

아기자기 볼거리 많은 서해의 금강산, 홍성 용봉산

홍성 용봉산은 높이 381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나 여덟 개의 봉우리에 기암괴석, 바위 속에서 자라는 소나무, 용봉사, 마애불 같은 불교유적 등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많아 서해의 금강산이라 불린다. 용봉산은 트레킹이나 산행을 즐기기 좋은 산으로 걷기 좋게 나무데크로 길을 낸 둘레길을 걸을 수도 있고, 정상까지 오르는 세 개의 등산코스도 갖추고 있다. 오늘은 시간이 넉넉지 않아 홍예공원에서 출발해 신경리 마애여래입상까지 가기로 했다. 용봉사 들머리 왼쪽 바위에는 마애불이 있다. 신라 소성왕에 제작된 것으로 바위 면에 돋을새김한 불상으로 키가 2m쯤 된다. 타원형 얼굴에 눈과 입은 얼굴에 비해서 가늘지만, 미소가 얼굴 전면에 퍼져 있다. 손모양은 오른손을 내리고 왼쪽 손을 들어, 중생의 모든 두려움을 없애..

여행 이야기 2021.09.27

풍경보다 사람이 더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동해 여행 / 셋째 날 천곡동 숙소에서 새벽 일찍 일어났다. 추암 해돋이를 보러 가기 위해서다. 숙소 밖을 나서니 어둡고 바람 불고 춥다. 그동안 추암 해돋이를 보러 간 게 열 번도 넘은 것 같은데, 정작 ‘예쁜 해돋이’를 본 적은 없다. 예쁜 해돋이란 사진 찍는 사람들에겐 수평선에서부터 빨갛게 솟아올라오는 듯한 일명 ‘오메가’ 모양의 해돋이를 말한다. 한때 나도 오메가 해돋이를 찍으러 동해안을 따라가며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수도 없이 시도해 봤지만 딱 한 번, 양양 낙산사 앞에서 찍고는 그 뒤로 찍은 적이 없다. 굳이 찍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대체 눈으로, 가슴으로 감상하면 됐지, 왜 그리 사진에 집착하는지 나 자신이 좀 모자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캄캄한 밤에..

여행 이야기 2020.12.19

무릉계곡이 숨겨놓은 보물, 베틀바위산성길

동해 여행 / 둘째 날 이번 동해 여행의 가장 큰 소득은 베틀바위산성길이다. 처음 가보는 곳이지만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갔다가 베틀바위를 마주하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언제부턴가 웬만한 풍경에는 감동하질 않는 나를 발견하고 직업병인가 했는데 베틀바위는 달랐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베틀바위의 모습이 눈앞에 삼삼하게 떠오른다. 무릉계곡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기온을 보니 영하 7도에 강풍까지 불어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였다. 너무 추운 거 아닌가, 이 무서운 코로나 시국에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인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럴 땐 늘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는 게 낫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망설임을 접는다. 베틀바위산성길은 무릉계곡 매표소를 지나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 바로 시작한다. ..

여행 이야기 2020.12.18

바다, 등대, 벽화 ... 그리고 ‘봉변’

동해 여행 / 첫째 날 망상해변에서 겨울 바다와 대면하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망상해수욕장이다.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감옥살이하며 탁 트인 바다가 몹시 그리웠다. 해수욕장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하고 연락처를 적었다. 사방이 탁 트인 허허벌판에서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모래밭에 세운 강렬한 빨간색 시계탑과 조형물에 날아가 버렸다. 조형물엔 ‘2020 망상’이란 영문 글자와 함께 ‘마음이 동해’라고 쓰여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이 유명한 해수욕장에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해변을 따라 걷고 있는데 드디어 저 멀리 젊은 연인 한 쌍이 나타났다. 평소 사람 북적이는 걸 질색해 피해 다니던 내가 사람을 반가워하다니 이 무슨 조..

여행 이야기 2020.12.17

갈대로 이룬 왕국, 서천 신성리 갈대밭

서천에 와서 신성리 갈대밭을 빼놓을 수 없다. 신성리 갈대밭은 면적이 무려 30만m²에 이르는 광활한 갈대밭이다.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그 이후에도 ‘추노’ ‘자이언트’를 찍는 등 드라마나 영화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금강과 갈대밭이 어우러진 긴 산책로는 자연학습장이자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특히 겨울에는 기러기, 고니, 괭이갈매기, 청둥오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40여 종, 10여 만 마리의 철새들이 몰려와 장관을 이룬다.

여행 이야기 2020.12.03

판교, 시간이 멈춘 마을

세 번째 판교 여행이다. 거의 10년 만에 판교에 다시 왔다. 판교는 변한 듯 변하지 않았다. 마을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름이 없으나 여행객들을 위해 스토리와 동선을 잘 꾸며놨다. 마을의 옛 모습을 망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마을을 둘러보니 앞으로 판교는 서천의 새로운 명물로 뜰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앞으로가 문제다. 화장한 얼굴보다 민얼굴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너무 힘주지 말고, 인위적으로 꾸미지 말고 판교의 소박한 모습 그대로를 잘 유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천군 판교면의 옛 명칭은 동면(東面)이었으나 일제 강점기에 판교면으로 바뀌었다. 판교면이란 이름은 나무판자로 다리를 놓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판교면은 1930년대 광천, 논산과 함께 충남의 3대 시장으로 꼽혔으며 특히..

여행 이야기 2020.12.03

장항, 골목길 돌고돌아 금괴 찾고 맛집 찾는 향미(香味)여행

장항 향미여행의 시작은 장항도시탐험역이다. 이 역은 원래 장항선의 종착역이었으나 2019년 리모델링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장항도시탐험역은 맞이홀, 장항이야기뮤지엄, 어린이시공간, 도시탐험카페, 도시탐험전망대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장항 역사에 대한 기초 정보를 얻은 뒤에는 ‘미션’을 부여받는다. 미션은 ‘장항제련소에서 사라진 금괴를 찾아라’이다. 탐험역에서부터 미션을 마칠 때까지 마을 해설사가 동행하며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일제강점기 시대 장항제련소 용광로에서 흘러나온 금괴가 사라졌다. 그 후 1989년 장항제련소의 불이 꺼지고 장항 도시는 쇠퇴하고 있다. 그 금괴를 찾아 장항에 희망의 불씨를 넣어주자.’ 이제 ‘장항6080골목나들이’를 하며 꼭꼭 숨은 금괴를 찾아보자. 장항선 종착역..

여행 이야기 2020.12.03

남해, 이순신을 생각하며 걸었다(2)

가위손이 다듬은 토피어리 정원, 토피아랜드 창선면 지족리 신흥마을 토피아랜드는 처음 가보는 곳이다. 큰 기대 않고 찾아갔다가 크게 만족했다. 토피아랜드는 토피어리 정원이다. 토피어리란 식물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자르고 다듬어 보기 좋게 만든 것을 말한다. 하석진 원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5,000여 평의 땅에 10여 년 전부터 꽝꽝나무, 주목, 동백나무 등을 심었다. 이후 나무 가지를 다듬고 모양을 만들어 토피어리 정원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계단식으로 만든 정원엔 동물 모양의 캐릭터가 700여 점이나 된다. 저 많은 토피어리를 관리하려면 얼마나 품이 많이 들까 하는 감탄과 걱정이 절로 든다. 토피어리 정원 뒤로는 울창한 편백숲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삼림욕과 휴식을 하기에 좋다. 정원이나 편백숲에서 바..

여행 이야기 2020.06.25

남해, 이순신을 생각하며 걸었다(1)

충렬사에 장군의 사당을 짓고 가묘를 모셨다 그새 남해에 남해대교 말고 다리가 한 개 더 놓였다. 노량대교. 2018년 9월에 개통됐다고 하니 남해에 온 지 2년이 넘었나 보다. 다리가 놓인 섬을 차로 지날 때마다 뭍과 연결된 섬도 섬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세월이 더 흐르면 우리나라 모든 섬에 다리가 놓이지 않을까. 소설가 김훈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소설 를 시작했지만, 나는 “섬이란 섬마다 다리가 놓였다”란 생각으로 남해 여행을 시작했다. 점심을 먹으러 노량포구 서쪽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 앞바다에는 거북선이 떠 있었고, 식당 뒤로는 거북선 모양의 ‘남해군수협감암위판장’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이순신 장군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곳, 남해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든다. ..

여행 이야기 2020.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