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55

장흥 <천관산>

천관산자연휴양림에 숙소를 잡았다. 내일 아침 일찍 천관산에 오를 계획이기 때문이다. 천관산에 오르는 등산 코스는 여러 개 있지만,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동백숲 군락지가 있는 천관산자연휴양림에서 묵고 싶었다. 휴양림에서 천관산 정상인 연대봉까지는 왕복 5.6km, 3시간 정도 걸린다. 6시쯤 일어나 산에 오를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간밤에 절제하지 못하고 과음하는 바람에 몹시 힘들었지만 죽기 살기로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산 들머리를 조금 지나니 서서히 새벽 여명이 시작되었다. 멀리 하늘의 관(冠)을 쓴 듯한 바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천관산(天冠山)이다. 신라시대 김유신과 사랑을 나눈 천관녀가 숨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한다. 사람 얼굴을 닮은 바위 등 기암괴석이 줄줄이 나온다. 대장봉..

여행 이야기 2023.11.28

전남 영암 도갑사

이른 아침 월출산 자락 아래 도갑사에 도착했다. 도갑사는 신라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도갑사에 여러 번 왔지만 도갑사 하면 떠오르는 건 ‘기진맥진’이다. 월출산 산행을 하면 늘 천황사에서 시작해 도갑사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거의 10km에 이르는 긴 산행 끝에 지쳐 도갑사에 이르면 택시 부르기에 바빴지 절을 찬찬히 살펴볼 여력이 없었다. 도갑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해탈문(解脫門)을 통과한다.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 근심없는 부처님의 품 안에 들어선다는 의미이다. 문득 해장문(解腸門)도 있어 문을 통과하면 간밤의 숙취에서 벗어나 맑은 심신을 되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 마당에는 스님도 여행객도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적막했다. 대웅전과 그 앞에 고려시대 쌓은 아담한 오층석탑이 나왔..

여행 이야기 2023.11.24

영암 영보정(永保亭)

전라남도 영암 덕진면 영보리라는 시골 마을 들목에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풍채 좋은 정자가 있다. 정자 앞에는 400년이 넘은 위풍당당한 느티나무 다섯 그루가 마치 호위무사처럼 정자를 지키고 있다. 조선시대 지은 보물 제2054호 영보정(永保亭)이다. 조선 초기 문신이었던 연촌 최덕지(1384∼1455) 선생이 남원부사를 사퇴한 뒤 사위 신후경과 함께 이곳에 내려와 정자를 지었다. 조정에서 그의 학식과 인품을 높이 평가해 높은 벼슬을 권했으나 마다하고 고향에 내려와 학문에 몰두했다. 72세로 생을 마감하자 영암 주민들이 사당을 세워 제사하고 존양사(存養祠)라 이름 지었다. 영보정은 민간이 운영한 누정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데 앞면 5칸·옆면 3칸 규모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

여행 이야기 2023.11.23

강원도 고성, 내가 짠 1박 2일 여행 코스

건봉사 – 대진항 해상공원 – 화진포 역사안보전시관 - 백섬 해상전망대와 거진항 수산물 판매장 – 송지호 관망타워 – 능파대 지질공원 – 천학정 – 아야진해변 - 청간정 건봉사 우리나라 최북단 사찰이자 ‘고성 제1경’인 건봉사. 과거 설악산 신흥사와 백담사, 양양 낙산사 등 9개 말사를 거느렸던 전국 4대 사찰 중 한 곳으로 신라 법흥왕(서기 520년) 때 지은 역사 깊은 사찰이다. 건봉사에는 신라 자장율사가 당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 치아사리가 보관되어 있다. 부처님의 치아사리는 세계에서 15과뿐인데, 그중 3과가 스리랑카에 있고 나머지 12과가 건봉사에 있었다. 하지만 1986년에 도굴되었다가 8과만을 되찾아 3과는 사리탑에 모시고, 5과는 일반신도들이 친견할 수 있도록 보안원 금제사리함에 안치해 ..

여행 이야기 2023.11.17

강원도 고성의 특색 있는 카페 세 곳

요즘 젊은층의 여행 트렌드 중 하나는 ‘카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망 좋은 데는 온통 펜션이 들어서 있었는데 이제는 카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설마 이런 데 카페가 있으려고?’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깊은 산속이나 외진 해변에도 카페가 보란 듯 자리 잡고 있다. SNS의 힘이 세서인지 그래도 다 알고 찾아온다. 강원도 고성에서 특색있는 카페 세 곳을 찾아갔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핫플레이스(Hot Place)다. 1. 보나테라 초콜릿방앗간 거진읍에 있다. 초콜릿 제조장이자 카페다. 카카오 주산지인 보르네오 현지에서 한 달간의 발효와 숙성을 마친 카카오를 가져와 화학첨가물 없이 옛날 전통 방식대로 72시간을 직접 맷돌에 갈아 순도 높은 ‘빈투바(Bean to Bar)’ 다크 초콜릿을 만들..

여행 이야기 2023.11.16

문경의 덜 알려진 몇 곳. 주암정, 화수헌, 구량리역, 환혼 오픈세트장, 아자개장터

문경돌리네습지에서 나와 산북면 서중리 주암정(舟庵亭)으로 향했다. 주암정은 이름처럼 배에 정자를 싣고 연못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다. 1944년 조선시대 유학자 채익하를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지은 정자다. 예전에는 주암정 바로 앞으로 금천(錦川)이 흘러 정자가 마치 흐르는 강물 위에 떠 있는 형태였으나, 홍수로 물길이 바뀌고 모래가 쌓여 육지에 정박한 듯한 정자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주암정 근처에 있는 화수원(花樹軒)에 들러 차를 마셨다. 꽃과 나무가 만발한 가옥이란 뜻이다. 화수헌은 원래 1790년 우암 채덕동이 지은 고택인데 2015년 문경시에서 매입해 리모델링 후 공모사업을 통해 지금은 카페이자 한옥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떡와플, 오미자에이드, 문경8곡미숫가루가 대표 메뉴이다. 고택 구경과 함께..

여행 이야기 2023.10.28

문경 <돌리네습지>

문경시 산북면 우곡리 석회암 산지인 굴봉산 정상부에 돌리네습지가 형성돼 있다. ‘돌리네’란 땅속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으면서 만들어지는 깔때기 모양의 오목한 지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석회암 지대는 배수가 잘돼 돌리네 지형에서는 습지 형성이 어렵다. 하지만 산북면 돌리네습지는 석회암 풍화토인 테라로사가 토양 표면을 덮으며 불투수층을 형성해 습지를 유지할 수 있다. 습지가 발굴되기 전에는 주민들이 습지 물을 농업 용수로 사용하기도 했다. 돌리네습지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사례로 학술 가치가 높아 2017년 국가습지로 지정되었고, 2025년 람사르습지 후보지로 최종 인증 받을 예정이다. 습지에는 수달, 담비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8종을 비롯해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4종(꼬리진달..

여행 이야기 2023.10.28

그냥 몸만 가면 되는 감성 캠핑카, 캠성(Cansung)

여행을 많이 다녔어도 캠핑카를 이용해 본 건 처음이다. 올해 사업을 시작한 ‘캠성(Camsung)’의 캠핑카를 빌려 생애 첫 캠핑카를 이용해 초가을 오토캠핑을 다녀왔다. 캠핑카를 인도받기 위해 남양주시 화도읍에 자리 잡은 캠성 사무실을 찾았다. 깔끔하고 쾌적한 캠성 사옥 주차장엔 우리가 사용할 캠핑카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캠성 캠핑카의 가장 큰 장점은 손님은 몸만 가면 되고, 다른 모든 준비는 캠성에서 한다는 것. 캠핑카 꽁무니에 있는 짐칸 문을 여니 각종 캠핑 장비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혹시나 뭐 하나 빠트렸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완벽한 세팅. 혹시나 해서 여벌로 가져간 캠핑 도구는 단 한 개도 꺼낼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먹을거리도 출발 전 캠성 홈페이지에서..

여행 이야기 2023.10.21

광한루원과 요천의 야경

광한루원은 남원의 상징 같은 곳이다. 춘향전의 배경으로 유명하지만, 신선이 사는 이상향을 지상에 조성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이기도 하다. 예부터 궁궐에는 경회루가 있고, 남도에는 광한루가 있다고 할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광한루원은 평양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4대 누각으로 꼽는다. 광한루원에는 광한루 말고도 천상의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와 오작교,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영주, 봉래, 방장), 월매집, 완월정 등이 있다. 광한루원은 낮도 좋지만 해가 진 뒤에도 아름답다. 밤이면 광한루 주변에 조명을 밝혀 호수에 비친 광한루의 모습이 더욱더 신비롭다. 낮에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과 분위기가 있다. 주말에는 ‘신관사또 부임행차 공연’이 열린다. 남원의 대표 콘텐츠인 '판소리 춘향..

여행 이야기 2023.09.26

남원 최명희 <혼불문학관>

남원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 가까이 있는 노봉마을엔 혼불문학관이 있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이자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동네다. 혼불은 1980년 4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동아일보와 신동아에 연재하며 무려 17년 동안 혼신을 바쳐 쓴 대하소설이다. 연재가 끝난 뒤 10권의 장편소설로 묶여 나왔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에 대해 '방대한 고증과 치밀하고 섬세한 언어 구성, 생기 넘치는 인물 묘사로 우리 민족혼의 원형을 빚어냈다'고 극찬했다. 소설은 남원의 유서 깊은 종갓집 양반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무너져 가는 모습을 그렸다. 아울러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조선시대의 봉건문화 속에서 대를 이어가는 종가의 모습과 신분해방을 꿈꾸는 하층민들 간의 갈등과 애환도 담았다. 종가, 노봉서원, 청호저수지, 새..

여행 이야기 2023.09.25